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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가마 안, 붉게 달아오른 불씨와 타다 남은 장작 사이에 놓인 유약 전의 팔각형 도자기 몸체

공예

시간이 빚어낸 형태.

불과 흙, 그리고 사람의 손이 만나 하나의 오브제가 됩니다.

코발트 블루 꽃무늬가 들어간 팔각형 도자기 몸체와 옆면 연결부를 가까이서 본 모습

도자기 / 불

흰빛에는 이유가 있어요

산화불로 구우면 아이보리빛이 남아요. 산소가 흙 속 철분을 그대로 산화시키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도자기가 이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다루기 쉽고, 결과가 안정적이거든요.

우리는 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산소를 제한하는 환원 소성. 그 안에서만 나오는 게 순백자예요. 대신 철분이 표면에 검은 점으로 드러나는 순간도 함께 따라와요. 제품으로는 문제없는 철점도 심한 경우, 폐기합니다. 팔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남기기 위한 기준이니까요.

예술 / SAKI

피부 위의 선, 백자에 머물다.

SAKI는 한국을 기반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타투 아티스트입니다.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자의 문양을 만났고, 그 안의 선과 리듬을 피부 위의 작업으로 이어왔습니다.

루체는 그의 작업에서 백자와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피부 위에 새겨지던 선은 이제 백자의 곡면에 놓여, 또 다른 형태와 표정을 얻습니다.

작업 중인 타투 아티스트 SAKI
SAKI의 작업 — 팔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코발트 블루 용 문양
SAKI의 작업 — 가슴과 옆구리를 채운 학과 구름 문양
SAKI의 작업 — 다리 전체를 감싸는 코발트 블루 문양
콘크리트 바닥에 놓인 투명한 3 mm 유리관. 비스듬한 빛이 비친다

두께가, 시간을 만들어요

저희가 쓰는 유리관은 일반 유리관보다 두꺼워요. 독일에서 공수한 고품질 유리를 원재료로 쓰기 때문에 가능한 두께예요.

하지만 원재료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아요. 이 유리는 을지로, 한국의 장인들이 모여 있는 그 골목에서 사람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나요. 두꺼운 유리를 다루는 일은 더 많은 시간과 숙련도를 요구하지만, 그만큼 오래 남는 물성을 만들어줘요.

어두운 돌 위에 놓인 흰 도자기 부품 두 점. 세워 둔 원통과 파란 문양이 있는 옆 모듈이며, 꽃병에 꽂은 마른 가지가 곁에 있다

공차 / 소성 후

같은 틀에서도, 같은 것은 없어요

저희는 석고틀로 도자기를 만들어요. 하지만 같은 틀에서 나온다고 해서 같은 결과물이 되는 건 아니에요. 가마의 온도, 그날의 습도, 흙이 머금은 미세한 수분에 따라 수축률이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도자기 부품끼리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가 어려워요. 다른 재질이었다면 공차를 조금 더 여유롭게 잡거나, 대량생산에 맞춰 기준을 낮췄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제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서로 맞지 않는 부품은 조합하지 않고 모두 폐기해요.

LUCE × SAKI 에디션의 바닥면. SAKI의 사인과 500개 중 번호가 새겨져 있다
흰 장갑을 끼고 유리관을 도자 본체에 손으로 조립하는 모습

완성 / 한정 500점

단 하나를 위한 협업. 세상에 단 500개.

이런 이유들로, 저희는 단연코 제품이 아닌 오브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SAKI와 함께한 작품은 단 500개만 생산한 뒤 단종할 예정이에요. 작품의 가치를, 대량생산으로 망가트릴 수는 없으니까요.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지금의 시장에 단 하나뿐인 명품이자 오브제로 남을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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